법은 사회적 지평에서 말하는 정치영역에 대해서 대화적 방식으로 관련을 맺어야 한다. (가) 정치의 법제화와 법의 정치적 자기반성 이를 위해서는 첫째, 법은 상호 이해 지향적인 대화의 구조를 모델링하여 정치영역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주로 권위주의적 정치문화를 비판하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의사형성의 메커니즘을 정치영역에 터 잡게 하는 것을 말한다. 법에 의한 정치의 제도화 예를 들면 정당법은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붕당 주의를 견제하는 기틀을 확고히 하여야 하고, 선거관리위원회법은 금권과 관권이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하는 것을 차단하는 선거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국회법은 정당들의 패권주의를 견제하고 민주적 의사형성을 가능케 하는 입법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정치는 법의 정당성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방송법은 매스컴이 공론 형성의 중심적인 매체로 기능할 수 있도록, 관권과 금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기구를 구축하고, 소수집단에 의한 언론독점을 차단하며, 보도의 평 향성을 통제하고, 보도 관점의 다원화가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를 조성하여야 한다. 또한 이와는 거꾸로 법이라는 제도는 다시금 정치를 통하여 끊임없이 반성되고, 견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정치를 법제화하는 법적 절차는 언제나 정치체계 내에서 펼쳐지는 민주적인 의사소통의 흐름을 모두 소용하지는 못하는 제도적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정법은 실정화된 입법 절차의 정당화 한계를 끊임없이 반성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이른바 시민 불복종 운동에 대한 권위적 합법주의는 지양되어야 한다. 법은 시민 불복종 운동을 그 운동이 정의 내용이 법적인 입법절차를 통해 실정법 안으로 유입되지 못한 상황 속에서 권력적으로 형성된 법규범의 정당성을 의문시하고, 그대 안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을 열어 놓으려고 하는 의사소통적 행위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 법과 정책의 반성적 거리 둘째, 법은 각종 사회정책에 대해서도 대화의 에토스를 가져야 한다. 먼저 법에 의해 각종 사회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기획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야 한다. 법에 의한 직접적 조종의 포기 왜냐하면 법이 특정한 정책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해 사회적 행위를 직접 조종해 나아가는 방식은 현대사회 현실의 복잡성과 다원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예측 할 수 없는 다양한 역기능만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회정책적 목표들을 시민사회의 자유, 그러니까 현실적으로는 자유시장의 조정기능에 내맡기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그보다 법은 대화적인 방식의 자율적인 규율 메커니즘을 시민사회 애에 형성시키는 데에서 자신의 적절한 역할을 찾아야 한다. 즉, 정책의 합리성이 시민들 사이의 대화적 의사소통에 의해 검토되고, 그렇게 하여 설정된 목표가 시민들 간의 대화적 참여에 의해 형성 운영되는 사회체계의 기능에 의해 달성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법은 정책을 직접 설정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내에서 정책이 대화적 방식으로 설정되고 집행될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데에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법이 정책과 반성적 거리를 두는 것은 법이 정책을 수용함으로써 초래되는 법 내부의 규범적 구조를 파괴할 위험성을 스스로 제어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3) 역사적 지평에서 법과 정치 더 나아가 법은 역사적 지평에서도 정치와 대화적 기획 속에 관련을 맺어야 한다. 역사적인 지평에서 정치와 관계 짓는 법은 두 가지 요청 앞에 놓인다. (가) 이념의 변증 첫째, 법은 체제 이데올로기와 무관할 수는 없지만 다른 한편 특정한 체제 이데올로기에 일방적으로 예속되어서도 안된다. 그 대신 법은 정치 이데올로기와의 관계를 설정함에 있어 자유와 평등의 이념이 변증적으로 지양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자유주의에 편향된 법은 법이 정치에 대해 잘못된 역사적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법이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변증 시키는 방법은 자유 위 이념을 구현하는 제도나 평등의 이념을 구현하는 제도, 그 모두를 관련 당사자들의 대화 지향적인 의사소통에 의해 형성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바꿔 말해 참여는 자유와 평등을 변증 시키는 첩경이 되며, 법은 그런 참여를 제도화하는 매체로 기능하여야 한다. 시장과 체제이념의 변증 우리나라의 법은 시장마다 자유와 평등의 이념에 대한 편향도가 다르다. 이 점을 몇 가지 시장을 예로 설명하고, 법이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어떻게 변증 시킬 수 있는지 나름의 견해를 피력해보면 (1) 시장의 이념적 유형화 우리나라 법제는 시장마다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실현 한느 정도가 매우 다르다. 가령 증권시장은 거래세 이외에는 소득세 등의 평등을 실현하는 제도가 거의 없는 반면, 의료시장에서 의료서비스의 가격과 내용은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사회보장적 의료보험제도의 기능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한다. 즉 의료 평등과 의료공공성의 이념이 지배적이다. 증권시장과 의료시장, 이 둘 사이에 가령 방송시장, 부동산 시장, 노동시장이 위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법체계가 모든 영역에서 자유와 평등을 균등한 비율로 실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마다 예컨대 평등은 적게 자유는 많이 차등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2) 시장에서 자유와 평등의 변증 이처럼 시장 자체가 자유와 평등 가운데 어느 한 이념을 편중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법의 정치적 합리성, 즉 사회통합을 위한 것이다. 예컨대 한국사회에서 의료서비스가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으면 갈등과 분열이 극대화되지만, 증권시장에서는 모두가 자유를 향유하여 일확천금을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법이 증권시장을 자유시장으로 조직화하는 것은 사회통합에 기여한다. 그러나 각 시장의 지배 이념에 대응하는 이념이 그 시장에서 지배 이념을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의료시장이 평등으로 지배되지만, 평등 의료를 지향하는 건강보험의 보험자로는 정부의 대리인과 민간회사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한다든지 요양급여 비용을 계약제로 운영하는 것이다. 거꾸로 자유 이념이 지배하는 증권시장에서는 내부자거래 금지 제도나 분식회계에 대한 엄정한 통제 등을 통하여 시장 참여자들이 투자정보를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유와 평등의 상호 견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 시장의 구조와 기능에 관련한 제도의 형성과 운영이 최대한 관련 당사자들 사이의 대화적 의사소통에 의존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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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지평에서 법과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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