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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도덕의 관계

by 썬스카이7 2022.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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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가장 이웃해 있는 규범은 도덕이다. 그러나 법과 도덕이 서로 어떤 관계에 놓이는지, 또 어떤 관계에 놓여야 하는지에 관해 명확한 대답이 주어지지 않는다. 법과 도덕의 관계에 대한 전승된 이해는 아마도 법은 최소한으로 , 도덕은 최대한으로 라는 명제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해는 법보다 윤리와 덕이 사회질서의 기초로서 더 중요하게 여겨졌던 전통사회의 문화가 일반인의 법의식 속에 계승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법의식 속에서 한국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도덕 개념은 분석적이지 않고 종합적이다. 즉, 도덕은 윤리와 구분되지 않고, 도덕은 사회규범과도 구별되지 않으며, 더 나아가 공동체의 집단적인 에토스와도 구분되지 않는다. 이런 종합적인 도덕 개념은 일상에서 뿐만 아니라 법 전문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법과 도덕의 관계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평균적 이해는 엄밀히 말하면 일상적인 이해가 아니라 이론적으로 가공된 일상적 이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무엇보다도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서양의 법학자 옐리네크의 법은 윤리의 최소한이라는 명제가 중고등학교의 사회과목 교육에서 학습되고 한국사회의 법과 도덕에 관한 전통의식과 융합되었다. 그러나 전통문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법의식과는 달리 사회경제적 현실의 차원에서 한국사회는 위험사회. 정보화 사회. 과학기술사회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적 분쟁의 해결을 점점 더 많이 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간다. 왜냐하면 그런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통일적인 도덕관념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들의 법에 대한 수요도 매우 높아져 있으며, 법의 규율 영역은 날로 넓어져가도 있다. 다시 말해 현대의 한국사회 현실에서는 도덕은 최소한으로, 법은 최대한으로 라는 명제가 타당하다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다. 바로 여기서 법의 이중적 구조가 발생한다. 즉, 사회문화적으로는 법의 윤리화. 도덕 화가 계승되면서 법의 최소화가 이념적으로 요구되지만, 사회경제적 현실로부터 나오는 법의 기능 확대에 대한 요구에 의해 법의 최대화가 도모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순은 법의 최소화를 요구하는 윤리 주의나 도덕주의의 퇴장을 초래하는 방향으로 지양되고 있지는 않다. 법의 새로운 기능 확대는 오히려 윤리 주의나 도덕주의의 이념에 의해 뒷받침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법은 윤리의 최소한이 아니라 윤리의 최대한이 되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법은 도덕적 과제의 짐을 너무 많이 짊어지고 있고, 도덕은 법에 의해 과대화되고 있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법의 윤리 주의적 기능 팽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팽창은 가장 도덕과 거리를 두어야 할 경제 영역의 문제들을 윤리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법의 현상에서 인상적인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경영분야에서 강조되는 윤리경영은 경영을 규율하는 법의 윤리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경향은 다양한 원인을 갖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서,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중요한 몫을 담당해온 시민운동이 도덕적 엘리트주의에 물든 시민단체의 리더들에 의해 주도되어온 점을 들 수 있다. 이를테면 생명공학에 족쇄를 채우는 윤리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역할은 간과 할수 없을 만큼 중요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법률의 명칭부터 생명공학의 발전보다는 생명윤리의 확립을 지향한다. 특히 핵치환에 의한 배아의 생성을 토대로 개발될 것이 기대되는 세포치료술 등은 윤리화 된 법제에 의해 큰 걸림돌에 부딪혔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들은 이와 같이 윤리나 도덕의 관점에서 해결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환경오염은 환경보호의 윤리를 법적 의무로 전환하고 그 의무의 위반에 대하여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방법으로 제거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의 생산방식을 변경시키는 구조정책이 더 효과적이다. 그런 구조정책의 내용과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학적 연구와 그것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이론의 설립이 요구된다. 여기서 독일의 사회학자 루만이 이론은 더 많이 도덕은 더 적게라고 외친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의 이론적 구조정책적 해결은 때때로 정치계와 산업계에 감당하기 힘든 비용의 지불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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