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윤리에 대하여 중립적 이거나 공평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1) 법의 윤리적 중립성 도덕규범이 아님 윤리규범은 그 규범을 신봉하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하여만 구속력이 있다. 다른 개인이나 다른 집단은 또 다른 윤리규범을 신봉한다. 특히 현대사회를 다원주의 사회라고 부르는 것은 이처럼 윤리적 표상이 다원화되어 있음을 말한다. 국가의 법규범은 바로 이와 같은 윤리규범에 대하여 중립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헌법 제20조 제2항이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규정한 것은 국가가 여러 종교에 대하여 중립성을 유지해야 함을 선언한 것이며, 이는 종교적 윤리에 대한 법의 중립성 요청을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중립성 요청은 단지 종교적 윤리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그 밖의 숭고 윤리들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2) 법의 윤리적 공평성 그러나 이처럼 법이 특정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윤리규범에 대해 중립적이어야 한다느 ㄴ요청은 법인 윤리 규범에 대해 맹목적이어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맹목적이라 함은 국가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고유한 윤리의식을 고려하지 않고 법규범을 엄격하게만 집행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상황에서도 살상을 해서는 안된다는 윤리적 양심을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하는 사람에 대하여 국가는 총칼을 잡도록 강요해서는 안된다. 즉 병역법 위반을 이유로 그럴 처벌 해서는 안된다. 다만 국민 의무의 평등한 부담을 위해서 병역거부자는 다른 공익업무를 함으로써 병역의무를 대신하게 할 필요가 있다. 즉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윤리규범을 고려는 하되 다른 윤리규범을 선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입장을 공평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3) 심정 윤리와 책임윤리(가) 책임윤리의 법 국가와 법이 개인의 윤리적 자율성을 보호한다고 할 때 그 윤리는 원칙적으로 책임윤리를 가리킨다. 예를 들면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핵에 서지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정 윤리적이라면, 대체에너지의 개발과 사용이 국민경제가 당장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적 부담을 준다는 점을 고려하여 일정한 범위 안에서 핵에너지를 사용하자는 주장은 책임윤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법은 원칙적으로 책임윤리적 태도의 인간상을 전제로 한다. 충돌하는 이익들 모두를 조화롭게 실현하는 것, 즉 실제적 조화의 원칙은 책임윤리를 배후에 두고 있는 법의 근본 원칙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나) 심정 윤리의 법 그렇다고 해서 법이 개인의 심정 윤리적 태도를 배척하고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법은 핵에너지 폐기에 대한 심정 윤리를 표현하는 시위를 적법한 경우는 물론이고 부적법한 경우에는 시민 불복종 운동의 일환으로 일정한 범위에서는 허용하여야 한다. 그런 방식의 심정 윤리 표현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법 공동체가 핵에너지의 폐기나 운용범위 등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비판과 토론의 과정의 일부를 이룬다. 그리고 시위자는 그것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고 고 못하고는 바로 민주적 법치국가의 역량을 가늠하게 해주는 척도가 된다. 법과 사회규범의 관계 (1) 구조적 동일성과 차별성 법과 사회규범은 많은 점에서 구조적으로 일치하기도 하고 어긋나기도 한다. (가) 외양성, 보편성, 제재의 공통성 수범자들의 준수 동기와 같은 내면성보다는 실제의 준수와 같은 외양성이 중요하다는 점, 규범이 적용되는 영역에 속해 있는 사람 모두에게 보편적인 타당성을 갖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규범을 위반할 경우 제재가 뒤따른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나) 정형성과 비정형성 그러나 두 규범은 무엇보다도 정형성에서 차이가 있다. 즉, 법규범은 공식적인 범언어에 의해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사회규범은 분명한 언어 속에 담겨 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그 내용이나 한계도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차이는 사회규범이 법규범으로 수용되는 경우에는 상대화될 수 있다. (다) 효력에서 광역성과 지역성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법규범과 법규범이 된 사회규범 사이에도 여전히 규범의 실제적인 효력 영역에서 차이가 남아있다. 즉 도덕규범인 법규범이나 순수한 법규법의 효력 영역은 법 공동체 전체가 한 단위가 되는 반면에 대부분의 사회규범에서는 특정한 지역이나 특정한 직업영역 또는 특정한 거래 영역이 그 규범의 효력 영역의 단위가 된다. 이를 사회규범의 지역화라고 부를 수 있다. 지역적 효력은 그 사회규범이 하부 문화의 한 부분이거나 특정한 사회적 하부 체계의 기능을 유지하는 방편이 됨으로써 초래된다. 하지만 바로 이 사회규범의 지역성으로 인해 사회규범은 법규범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더 구체적이다. (2) 사회규범의 법규 범화 여기서 법률이 사회규범을 수용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법률은 일반성. 추상성을 특징으로 하는 언어형식의 의해 구성되는데 그런 언어형식에는 구체적인 지역성을 띠는 사회규범이 제대로 담길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 일반조항을 통한 법규 범화 바로 이런 이유로 해서 법이 사회규범을 수용할 때에는 구체적인 사회규범을 연거 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로 일반조항이라는 입법기술이 사용된다.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 등의 개념이나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 등의 개념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법관은 이러한 입법기술에 의해 법규범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규범을 수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입법권한을 사실상 위임받게 된다. (나) 구체적 법규범을 통한 사회규범의 공식화 사회규범의 구체적 지역성의 특징 때문에 일반적 추상적 법 언어로 공식화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지만, 때로는 바로 그 구체적 지역성이 사회규범이 법규범, 특히 구체적 법규범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 예컨대 법조인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수소법원으로부터 피고인에 대해 보석 허가를 받아내면 설령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최소한 집행유예가 선고된다는 비공식적 규칙이 효력을 유지해 왔다. 이 비공식적 규칙은 넓게 보면 법조인 사회에서 말없이 지켜지는 사회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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